월간정토맑은마음,좋은벗,깨끗한 땅을 실현하는 정토회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박소라(201731~ 42449일 문경살이 12기 참여) 

     

이제 5일 동안 회향식 발표 준비를 하시면 돼요.”라는 주희법우님의 공지에 정신이 멍했다.

 

  회향식이 실감 나지도 않지만, 49일 동안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번뇌 망상은 금물인 이곳 생활에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고 나누기를 통해 마음의 앙금을 털어내는 일에 익숙해져서일까,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보는 게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49일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49일 문경살이, 나에게 주는 선물

  20172. 4년의 직장생활이 끝났다. 스스로 부과한 수많은 책임으로 아등바등 앞만 보고 애쓰며 살아왔던 나는 결국 주저앉았다.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는 게 힘들었고, 가족과 직장에서 받은 상처가 떠올라 이러다 정신이 어떻게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숨이 막혔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고 내가 바로 서는 일이 시급했다. 만 배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립에 대한 절실함이 더 컸던 나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 49일 문경살이를 시작했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는 공부 외에는 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하셨다. 집안일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혼나는 게 다반사였다. 누구는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만, 집과 학교 또는 집과 직장밖에 몰랐던 내 인생, 서른이 넘도록 세상 물정도 모르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 자신이 답답하고 끔찍했다. 예상은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서 나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손빨래, 걸레질, 음식을 만드는 일 모두 다 서툴렀다.

 

  서툴 뿐만 아니라 요령이 없고 체력도 약한 데다가 속도마저 느려서 도움을 받기 일쑤였다.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아니면 한숨이 났다. 함께 일 수행을 하는 법우님께 법우님, 저는 책임지고 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참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네요하소연했더니,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인데도 그간 주변을 책임지고 사느라 힘들었겠어요라고 해준 말이 기억난다.  

     

/바라지 인생

 


▷바라지 중 

 

그렇다나는 나 자신을 지탱하는 일을 힘들어하면서 나보다는 내 주변의 일을 정리하고 해결하느라 바빴던 사람이었다. 지금 나를 가장 크게 짓누르는 것 중의 하나도 다름 아닌 가족이다. 내 가족은 어릴 적부터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일쑤였다. 함께 있어서 힘이 되기보다는 상처가 되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빚에 짓눌리자, 가족은 쉽게 해체되었다. 그 갈등의 한복판에 서서 서로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가족에 대해 원망하고 울부짖었지만, 상처만 커질 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0년이 지나면 사소한 고민일 거라 생각했지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의 마음은 메말랐다. 마음 한편으로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나의 인생은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칡넝쿨처럼 꼬여있어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던 나의 고민에 덕생법사님께서 자기중심이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의 중심에는 항상 주어진 상황과 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내가 이럴 수밖에 없다고 상황 탓을 하고, 가족 탓을 하였다. 책임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가족을 비난하면서 책임을 전가했다. 순간, ‘내 인생을 주인이 아닌 객처럼 살아왔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수법사님 말씀처럼 부모님 핑계를 대며 회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에 깨어있기

  45일의 명상수련은 나의 업식을 여실히 볼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명상수련 전에도 좌식은 나에게 공포였다. 몸을 제대로 쓰지 않고 살아서 그런지, 뻣뻣하고 구부정한 몸으로 장시간 앉아있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었다. 몸의 고비를 한번은 넘어야 한다는데 도통 호흡에 집중할 수 없이 인내력은 바닥이 났다. 맨 뒷줄에 앉아 나 혼자 온몸을 요동쳤다. 그러다 2일 차부터는 다리를 폈고 3일 차에는 아예 포기했다. 이런 내 모습이 싫었고 예전에 싫어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온종일 먹고 자던 무기력한 내 모습. 대학 시절 만성피로증후군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지경으로 휴학했던 내 모습. 통증과 피로에 쉽게 굴복하고 습관과 욕망에 이끌려 제멋대로 살아온 삶이 지금의 내 모습이구나 생각하며 자책했다.

 

   
  

  다급해진 나에게 덕생법사님께서는 욕심내지 않습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이 최선입니다. 가볍게 하세요. 안되면 다시 하면 됩니다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해주셨다. 법사님 말씀대로 마음을 내려놓고 잘 안 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4일 차 처음으로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 통증이 일어나면 통증이 일어나서 불편하구나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고, 다리를 풀고 싶으면 다리를 풀고 싶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갔다. 점차 호흡이 고요해지고 가늘어졌다. 고요한 마음을 가지니 내 마음속 망상이 예전보다 또렷하게 알아차려 지고,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내 마음도 잘 지켜볼 수 있었다. 짧은 순간에도 망상이 여러 번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망상으로 내 마음이 잘 보이지 않고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렸음을 알 게 되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금 여기에 깨어있다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했었는데, 실제로 느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 삶의 중심에는 나의 업식이 가족보다 더 깊게 뿌리박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49일을 돌아보며

  문경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가만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내 삶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곳이지만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이 가득하다. 하루하루 체력이 좋아지고 일에 익숙해져 가는 나 자신이 뿌듯하다. 게다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 이곳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현재 실재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번뇌 망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삶이 앞으로의 삶을 더 행복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법륜스님의 삶은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매 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순간순간을 희생하며 살아왔는데, 진정한 행복이란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 행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온전히 다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많다. 여전히 지금 여기에 깨어있지 못하는 순간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잘 되든 잘 되지 않든지 되풀이해서 수행할 뿐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1개
  •  이 창제 2017/08/16 10:11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거 아실런지
    엄지척 세번을 쏴 봅니다
다음글 [백일출가] 특별한 도반을 만나다
이전글 오리 떼가 줄지어 가듯, 북한으로 올라가는 쌀

정토회
패밀리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