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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서로 이해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씨앗이 되고자 하는 정토행자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오리 떼가 줄지어 가듯, 

북한으로 올라가는 쌀

- 강화도에서 보낸 쌀, 입쌀밥이 되고 한 솥 죽이 되어라 -

 

 

 

이승숙 강화법당

    

  작년 11월 한 일간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이 쌀을 페트병에 담아 바다에 띄운다는 기사였습니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가 밀려들어 오는 물때에 맞춰 강화도의 바닷가에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벌써 스무 번도 넘게 진행되었는데, 참여자들 대부분이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본 강화법당 김미현 님이 신문사에 연락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더니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탈북난민의 인권을 돕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한 달에 두 번, 쌀을 보내기 좋은 물때가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328일에 쌀을 보낼 예정이니 함께 하고 싶으면 참여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물때 맞춰 북한으로 쌀을 보낸다는데...

  그 말을 들은 김미현 님이 사방에 통기를 했고, 하루 사이에 약 90kg에 달하는 쌀이 모아졌습니다. 농사를 짓는 어떤 분은 선뜻 반 가마니(40kg)를 내주셨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은 먹어야 한다며 손수 지은 쌀을 내어주시는 쌀자루에 그분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약속한 장소에는 멀리 경상도에서 새벽에 집을 나와 강화도까지 달려온 정성이 대단한 여러분이 계셨습니다.

     

  탈북난민들의 인권을 돕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햇수로 벌써 2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약 7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동해안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바닷가에서 바로 보낼 수 있는 강화도로 장소를 옮겼다고 했습니다. 동해안은 오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배를 빌리는 삯도 만만치 않았는데 강화도는 그런 비용이 들지 않아 아낀 만큼 쌀을 더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흐뭇해했습니다.

 

 

▷빈 페트병에 약 1kg의 쌀을 넣어 보냅니다 

 

  강화도는 북한의 황해도 옹진군, 연백반도 등과 인접해 있습니다. 그곳 출신 탈북자의 말에 의하면 남한에서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들을 황해도 바닷가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바닷가에서 고무 튜브를 주운 어떤 사람이 그것을 몸에 두르고 바다를 헤엄쳐 남한으로 건너왔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 강화도에서 페트병에 쌀을 넣어 바다에 띄우면 틀림없이 황해도 해안에 도착할 것이라며 관계자들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1kg이 한 달 치 월급이라니...

  물이 빠진 바다는 먼 곳까지 갯벌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강화도의 갯벌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지저분한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갯벌은 천연의 자연 정화장치일 뿐 아니라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생산지입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낙지며 조개 같은 먹거리들이 수두룩합니다. 썰물이 들어 바다가 길을 열어주면 사람들은 갯벌로 나가 밀물이 들 때까지 조개 따위를 채취합니다.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드넓은 갯벌은 황해도 바닷가에도 펼쳐져 있을 테고, 그곳 사람들도 조개를 따러 갯벌로 나갈 것입니다. 채취한 해산물로 요리하거나 장터에서 밀가루나 쌀로 바꾸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갯벌에서 온종일 허리 굽혀 일해 봐야 고작 몇 줌의 밀가루와 바꾸면 그만일 그들에게 쌀이 들어있는 페트병을 발견한다는 것은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을 겁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모은 쌀 

 

 북한에서는 쌀이 귀해 노동자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값을 치러야 겨우 쌀 1kg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kg 한 포대 쌀값이 약 4만 원 가까이 하니, 1kg이면 우리 돈 2천 원 정도지만 북한에서는 한 달 치 월급을 줘야 구할 수 있다니, 과연 이 말이 진짜인지 믿기지 않습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우리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이지만 살길을 찾아 남한으로 온 새터민들이 직접 들려준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입쌀밥이 되고 죽이 되는 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온 탈북이주민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일이라서 그런지 우리와 달랐습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그들은 내 일인 양 걱정하였습니다.

 

이거이 무사히 잘 가서 그쪽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네

그래서 입쌀밥 해 먹고, 쌀 한 줌 넣고 죽도 끓여 먹고 그랬으면 좋겠네.”

 

함경북도 무산에서 온 아주머니는 연신 그렇게 말하며 페트병에 쌀을 넣었습니다. 한 톨의 쌀도 아까운지 바닥에 떨어진 쌀알을 알뜰하게 주어 넣었습니다.

     

저만큼 빠졌던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갯벌 안까지 깊숙이 뻗어있는 선착장에도 성큼성큼 물이 차올랐습니다. 배를 묶어두는 곳까지 물이 찼을 때 페트병을 띄워 보내면 북한까지 가장 잘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얼마간을 기다리다가 마침맞게 물이 들어왔을 때 띄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보낼 쌀은 모두 합해 480kg 정도입니다. 보낼 때마다 이 정도의 양을 보낸다고 하니 쌀 구입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후원자들의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일 겁니다.

 

 

바닷물은 달의 힘을 받아 하루에 두 번 드나들기를 반복합니다. 음력 보름과 그믐 때면 물이 최고로 빠지고 또 밀려듭니다. 바닷가 사람들이 말하는 '사리'가 그때인데, 사리는 말 그대로 곱빼기를 뜻합니다. 즉 물이 보통 때의 곱빼기로 많이 들어온다는 말이니, 쌀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때는 '사리'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 해보면 참 재미있어요

쌀을 담은 페트병들이 마치 오리 떼가 줄지어 가듯이 물을 따라 북으로 가는데

볼 때마다 참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요." 


 

처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는 어떤 분이 그러셨습니다. 내가 보내는 쌀 한 줌이 북한 땅의 배고픈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빌며 페트병을 띄워 보냈을 그분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쌀아, 부디 잘 가거라. 우리 동포들에게

  저 멀리 부옇게 북한 땅이 건너다보였습니다. 우리가 보낸 쌀은 오늘 저녁 무렵이면 그곳 바닷가에 닿을 것입니다.

 

"쌀아, 북녘땅 동포들에게 부디 무사히 잘 가거라. 잘 가거라."

"다음에는 물길이 아닌 땅 길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그런 날이 오기를 빈다."

 

  우리는 저마다 소망을 담아서 400개가 넘는 페트병을 바닷길로 보냈습니다. 우리의 소망을 아는지 쌀을 담은 병들이 북으로 올라가는 물길을 따라 줄지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 이 글은 월간정토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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