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온 50년의 평생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네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한 명은 27년 전에 만나서 지금까지 부부의 연으로 함께 해온 남편이고, 나머지 세 명은 남편과의 인연으로 얻어진 소중한 아들들입니다. 아들 셋은 같은 엄마, 아빠에게서 태어났어도 참 많이 다릅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노는 모습을 즐겨 보고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큰 아이가 7살 때 곱하기의 엑스자 모양을 궁금해하길래 곱셈의 원리를 알려주었더니 색종이 뒷면에 한참 동안 뭔가를 그려서 보여주었습니다. 2단부터 9단까지의 구구단이었습니다. 그렇게 집중력이 놀라운 아이도 심부름에는 무척 게으른 태도를 보입니다. 심부름은 막내가 아주 잘 합니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막내의 친구가 됩니다. 둘째는 조용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인데 그런 애가 가끔 목검을 휘두르고 폼을 잡을 때는 이순신 장군이 살아오셨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세 아들은 제가 온 마음을 다해 키운 아이들이기에 사랑하는 마음도 크지만 이해하는 마음도 깊습니다.

2017년 법륜스님의 애틀랜타 강연회: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에 오명숙 님▲ 2017년 법륜스님의 애틀랜타 강연회: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에 오명숙 님

그런데 아이들보다 몇 년 더 먼저 만나 사랑을 키웠던 남편은 참 난해하고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남편이 난해하고 어려운 존재였던 핵심 이유는 서로가 살아왔던 환경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실 저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난 남편에게 저는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만 컸지 제 아이들에게 보였던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는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수행하고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내고, 침묵하고자 노력하는 연습을 하면서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저는 저의 무관심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아침 절을 하면서 조금씩 남편을 대하는 제 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알아차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남편,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남편, 화를 내는 남편, 고집을 피우는 남편, 남편이 정작 힘들 때 내가 어떻게 응대하고 있는지가 어느 날 확연히 보였습니다. 상처받고 외로운 남편을 단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겉으로는 덤덤히,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너무나 차갑게 대하는 제 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그런 제 태도가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실천하고 수행하게 된 계기가 불교대학과 천일결사 수행이었습니다. 2015년 5월부터 아침 수행을 시작했는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번 큰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매주 1번씩 불교대학 공부를 하면서 힘든 일은 마치 지나가는 바람처럼 맞이하고 보낸 듯합니다. 100일에 한 번씩 도반들과 함께 천일결사 회향과 입재를 하며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저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고 다짐하며 주저앉지 않고 잘 가고 있습니다.

휴스턴 한인회관에서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에 함께했던 오명숙 님 가족 ▲ 휴스턴 한인회관에서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에 함께했던 오명숙 님 가족

수행의 시작은 참회의 눈물과 감사함이었습니다. 요즘은 수행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저와 남편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다 보니 남편이든 누구든, 좋다 싫다는 감정에서 벗어나서 타인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먼저 생깁니다. 이해하는 마음은 내가 바르게 행위를 하되 상대를 내치지 않는 깊은 마음과 하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갑인 남편과 제가 만나기 전 과거 24년의 긴 세월이 우리 결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듯이 이제 또 남편과 함께한 27년의 긴 시간이 지나가버린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는 기쁨과 행복이 있었고 다툼과 아픔, 상처 또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내가 여기에 깨어있지 않으면 다시 과거 27년간의 아픔과 상처가 오늘과 내일의 저를 지배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에 매이지 않고 지금 행복하고 자유로운 수행자이기를 선택했습니다.

수행에 시작은 있었지만 끝은 없음을 압니다. 오늘도 그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하기에 수행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행복한 수행자여서 모두가 함께 행복한 정토 세상을 꿈꿉니다. 꿈꾸기에 오늘도 가장 먼저 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글_오명숙 님 (애틀랜타법회)
담당_김선태 희망리포터 (버지니아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