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이었던 두 인연이 20여 년이 지나 불법의 연으로 이어져 도반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수행 전부를 다 이룬 것이 아닐까요. ‘스승’과 ‘제자’였던 최형옥 님과 김지현 님이 봄불교대학에서 ‘학생’과 ‘담당’으로 다시 만나 열심히 수행하는 모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7년 봄불교대 수행맛보기.
담당 김지현 님(앞줄 왼쪽에서 6번째) 학생 최형옥 님(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 2017년 봄불교대 수행맛보기. 담당 김지현 님(앞줄 왼쪽에서 6번째) 학생 최형옥 님(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같은 시기에 직장 1년 ‘휴직’…‘같이 수행하라’는 부처님의 계시가 아닌지

1년 직장 휴직을 하고 봄불교대 담당 소임을 맡은 김지현 님.
올 3월 봄불교대 입학식 때 낯설지 않은 한 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바로 고등학교 때 본인을 가르쳤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학생으로 입학한 최형옥 님입니다.

김지현(이하 김) : 제가 직장을 1년 휴직하는 이유가 선생님과 불법의 연을 맺게 해 주려는 부처님의 깊은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휴직하지 않았으면 불교대 담당 소임을 맡지 못할 상황) 선생님은 지난 94년 부산 S 여고를 다닐 때 3년 동안 지구과학을 가르친 제 은사이십니다. 너무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셨어요. 선생님 영향으로 지질학과를 전공하게 될 정도로 저에게 멘토 같으신 분입니다. 그때는 예쁜 아가씨였었는데, 지금은… 하하하.

최형옥(이하 최) : 맞네요. 저도 학교를 1년 휴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도반으로 만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전생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는지 부처님의 품 안에서 다시 만나다니… 처녀 선생님과 풋풋한 여고생이 세월이 흘러 부처님의 품 안에서 다시 만났으니… 전생에 얼마나 많은 덕을 쌓았는지 궁금하네요. 그 여고생이 이젠 어엿하게 성장해서 나를 이끄는 선배도반이 되었으니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 같아요.

가을불대생 모집 홍보를 하면서. 담당 김지현 님(오른쪽)과 두 자녀. 학생 최형옥 님(왼쪽)▲ 가을불대생 모집 홍보를 하면서. 담당 김지현 님(오른쪽)과 두 자녀. 학생 최형옥 님(왼쪽)

20여 년 전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더니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말하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즉문즉설을 듣고”…“법륜스님은 김제동 친구(?) 정도로 생각해”

: 저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가 한 방송국의 힐링캠프를 보고 인터넷으로 신청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 등이 있어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불교대 입학한 것은 살아오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딱히 불교를 믿는 것도 아니었지요. 법륜스님을 개그맨 김제동의 친구(?) 정도로 알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불교에 관심은 있어 소설가 최인호의 《길 없는 길》,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등 불교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지하철에서 홍보 전단을 본 것이지요. ‘이거다’하고 바로 전화로 신청했지요.

: ‘수행’이라는 말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평소에 하지 않은 일을 맡아 하다 보면 제 근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됩니다. 그 깔딱고개를 넘기 위해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이러려고 정토회에 들어왔느냐는 후회도 했지요. 그러다가 도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고개를 넘어 한층 더 성숙한 저를 발견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변해가는 후배 도반들 모습을 보면 감동 그 자체입니다.

최 : 첫 수업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봉사자들이 아직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명찰을 나눠주는 거예요. ‘야, 이 조직 장난(?) 아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지요. '불교는 깨달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가 깨닫는 것'이라는 말에 그냥 제가 배웠던 지식 그 자체가 다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종교가 아니라 진리로서 와 닿은 게 거부반응 없이 쉽게 저에게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짱이에요. 짱!

2017 동북아역사대장정. 김지현 님(왼쪽에서 네 번째)▲ 2017 동북아역사대장정. 김지현 님(왼쪽에서 네 번째)

김 “마음의 빚 이제 갚아야 할 때”… 최 “나누기 학교에 가서 활용할 것”

김 : 저는 정토회에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아마 정토회를 통해 수행하지 않았다면 남편과의 관계는 더 안 좋아져 최악의 상황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애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을 줄도 모르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지요. 수행 덕분에 남편을 이해하게 되고, 애들은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 빚을 갚아야 합니다.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줘야지요.

최 : 수업 뒤의 나누기는 정토회의 백미라고 생각됩니다. 도반들 간에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요. 저도 과연 마음에 담아 둔 생각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은 적이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올 10월에 학교로 복직하는데 당장 나누기는 제자들 가르치는데 중요한 공부재료가 될 것 같아요.

두북 울력! 도반과 함께. 최형옥 님(왼쪽)▲ 두북 울력! 도반과 함께. 최형옥 님(왼쪽)

김 “정토회는 ‘벼락’” … 최 “정토회는 ‘맛있는 밥’”

김 : 수행은 '벼락'입니다. 제가 쓸데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할 때 벼락을 쳐서 정신이 바짝 들게 해 줍니다. 벼락을 치듯이 제 삶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최 : 수행은 '맛있는 밥'이에요. 밥을 안 먹고 살 수 없잖아요. 매일 끼니때마다 먹어야 하잖아요. 그 밥마저 맛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즐겁게 먹을 것 아니겠어요. 수행은 매일 빠지지도 않고 해야 하고, 즐겁게 해야 하지요.

김 : 최 선생님은 평생 잊지 못할 은사입니다. 그런 선생님과 도반으로서 같이 수행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한편으론, 긴장되고 부담되기도 합니다. 한동안 놓았던 새벽 수행도 선생님을 만나면서 더 정진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선생님은 제게 좋은 에너지를 주시는 것 같아요.

최 : 제자지만 자랑스럽습니다. 불교대 담당일을 훌륭히 잘 하고 있어 뿌듯합니다. 사제의 연이 불법의 연으로 이어져 같이 수행하니 너무 뿌듯합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부처님이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저를 정토회로 안내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連鎖) 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故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에서 나오는 글귀입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어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게 ‘도반’입니다.
두 분의 소중한 인연, 불법의 인연으로 함께하길 바랍니다.

글_조재범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
편집_유은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화봉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