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지금부터 3년 전쯤 70세였을 때, 집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다리를 삐끗했습니다. 크게 삐끗한 게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다음날 그 자리에서 다리를 또 삐끗했습니다. 그 이후로 침을 맞고 사혈도 하고 다양한 치료법들을 동원해도 도통 낫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아프다 보니 차차 걸음을 걷지 못해서 1년을 꼬박 집 안에서만 있었습니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다리 근육도 빠지면서 몸이 쇠약해져 갔습니다.
이렇게 1년을 집에서만 보내다보니 30년 전에 앓았던 우울증이 다시 찾아 왔습니다. 병원에 가서 바로 치료를 받아서인지 점차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그렇게 나아지나 싶었는데, 마음을 나눴던 시숙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곤 머지않아 서울 갈 일이 있었습니다. 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자살한다고 뛰어드는 걸 봐버렸습니다. 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때부터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상생활 중에 호흡이 가빠지며 맥박수도 높아지고 불안과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세 알 먹던 약이 다섯 알이 되고, 다섯 알 먹던 약이 일곱 알이 되었습니다. 약을 한 보따리씩 먹는데도 회복이 안 되었습니다. 의사와 면담하면서 이 약으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주사는 아주 독한 약이어서 온종일 조금씩 조금씩 계속 맞는다고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남편은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절과 스님을 찾았습니다. 검색을 하던 중에 법륜스님과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듣고, 3일 째 되는 날, 법륜스님을 꼭 뵈어야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정토회를 찾아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오신 날

드디어, 법륜스님께 질문하다!

당시엔 걸음을 못 걸으니까 남편이 휠체어를 태워 법당으로 갔습니다. 법륜스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냐고 무작정 물어봤는데, 때마침 3일 뒤에 대전 시청에서 통일 강연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남편과 함께 3일 동안 질문 내용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연은 통일 강연이어서 개인적인 질문을 안 받는다는 것입니다. 꼭 질문해야 하는데 이 기회를 놓칠까 싶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법륜스님께서는 통일이 다 따로 있겠느냐고 하시며 사적인 질문도 편하게 얘기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적은 내용들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깨달음의장>에 보내달라고 어린 아이 떼쓰듯이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보살님, 보살님은 연세가 70세여서 <깨달음의장>은 안 돼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가만히 보살님 얘기를 들으니, 이제 연세가 일흔이신데 참회를 한들 이 나이에 참회가 되겠어요? 이제는 모든 것을 다 '감사합니다'로 돌리고, 이걸 봐도 감사합니다, 저걸 봐도 감사합니다, 그러시면서 사세요.”라고 했습니다.
스님을 뵙고 그 다음 날부터 마음을 굳게 먹고 신경정신과 약을 딱 끊었는데, 별 무리 없이 잠도 잘 오고 신기하리만큼 편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발목은 차차 법당 사시예불을 다닐 수 있을 만큼 나았습니다. 그렇게 법륜스님 말씀을 들은 이후부터는 매 순간 감사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걸 봐도 감사합니다, 저걸 봐도 감사합니다, 마음이 조금 서운하더라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닙니다. “감사합니다” 이 말은 스님이 저에게 주신 화두로 알고 부정적으로 일어나는 생각들 앞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이 마저도 감사합니다라고 되뇝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을 잘 살피라는 스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쓰이니 행복합니다.

스님 강연을 들은 이후로 수행법회에 나가고 매일 사시예불도 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사시예불을 하고 법당을 나오다가 그만 살얼음에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넘어져 손목이 부러진 후에 입에서 나온 말이 ‘감사합니다.’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크고 힘든 일이 올 것을 부처님께서 이렇게 넘어가게 해주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목 부러진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흔도 넘은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 해주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어디를 가든 ‘조심하세요, 그만하세요, 그거 만지지 마세요 그러는데’ 정토회에 와서는 마음껏 봉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희망사항이긴 합니다만 힘이 있는 날까지 잘 쓰이고 싶습니다. 지금은 정토회에서 제가 잘 쓰여지니 정말 좋습니다. 공양간 일도 도와주고 화초에 물도 주고 있습니다. 지렁이 밥 주는 역할은 제 담당입니다.
지렁이 밥 주는 것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걔네들도 목이 마를 거고 배가 고플 텐데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렁이들에게 밥 주기 전에 행여나 다칠까봐 살살 흙을 파고 화초와 나무에 물을 줄 때도 ‘보이지 않는 목마른 부처님들께 올리는 공양입니다.’ 하면서 주고 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무료하기만 했을 텐데 법당에 나와서 이 사람, 저 사람도 만나고, 기도도 하고 봉사도 하니 정말 좋습니다.

남편과 함께▲ 남편과 함께

여생은 부처님 법에 따라

올해 73세입니다. 지금처럼 움직일 수 있는 날들이 과연 언제까지 일지, 몇 해나 더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하고 감사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육신은 쇠퇴기를 걸을 것입니다. 낙엽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은 없습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다리가 아파도, 날씨가 안 좋아도, 가기 싫은 마음이 들때도 법당에 나왔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기 전은 불안과 우울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부처님 법 만난 이후론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입니다. 그러니 육신이 받쳐주는 한, 법당에 나와서 기도도 하고 불법도 공부하고 봉사도 할 것입니다. 열심히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마음공부의 재료로 삼아 수행하다보면 마음의 평수도 커질테고 남은 삶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배성화 희망리포터(대전정토회 대전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