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마음이 그다지 편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항상 생각이 많았고, 세상이 그렇게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습게도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제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세상에, 태어날 사람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 꽤나 무책임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는 남들이 주저하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맡아서 늘 시간에 쫓기면서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항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성향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살면서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려운 일을 연달아 맡아서 언제나 커다란 심적 부담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때는 무슨 일을 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친가와 외가 어디에도 대머리라고는 전혀 없는 집안이었음에도,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불면증에도 시달렸습니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마음은 늘 밝지 않았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파리법회 조준행 님▲ 프랑스 파리법회 조준행 님

3년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하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 웃겼습니다. 그 후 시간 날 때마다 찾아서 들었고, 나중에는 팟캐스트를 통해 모든 내용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혼을 하게 됐는지, 부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여러 곤란한 상황들에 대해서도 명쾌한 판단근거와 확고한 행동지침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해도 더는 예전처럼 망설이거나 오랫동안 번민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복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감동이 계속되었음에도 일상생활과 감정 상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자주 외로움을 탔고, 거의 항상 과식을 했으며, 가끔은 폭음과 이어지는 주사로 다음 날 부끄러워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 몇 번 지원했었지만 등록할 수 없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정토회 법당이 있었지만 끝내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파리법회 9차 천일결사 1차 백일기도 입재식: 뒷줄 맨 오른쪽에 조준행 님 ▲ 파리법회 9차 천일결사 1차 백일기도 입재식: 뒷줄 맨 오른쪽에 조준행 님

내가 악습을 고칠 수 있었던 이유

그러다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로 1년간 파견을 나오게 되었고, 어느 날 우연히 법륜스님의 파리 강연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근무시간이었음에도 짬을 내 참석해서 질문하고 스님과 악수도 했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이후 파리 정토회의 열린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집에서 매일 듣는 즉문즉설을 매월 한 번씩 법회에 가서 더 듣는 일이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수행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몇 달 후 비디오로 진행된 제8차 천일기도 회향식을 참관한 뒤였습니다. 정토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개인의 수행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깨달음을 얻는데 규칙적인 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회향식 때 처음으로 300배도 해봤습니다. 전부터 108배가 나쁜 습관을 고치는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알고, 여러 차례 시도했었지만 108번을 다 채운 것은 몇 차례 안됐었습니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반들과 함께하니 300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집에서 매일 혼자 108배를 했습니다. 가끔은 200배나 300배도 하고 어떤 날은 500배도 했습니다. 일일 수행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300배까지 해보았기 때문인지 절이 더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9-1차 백일기도에 참여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간 맞춰 아침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나누기도 정성들여 합니다. 전날 나누기한 이후 깨닫거나 느낀 생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도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즉문즉설>은 저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습니다. 그러나 듣고 깨우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생활습관까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외로움을 타는 버릇, 과식과 음주 습관, 일을 최대한 미루는 오래된 악습, 그 어느 것도 전혀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평생 해온대로, 매일 반성을 거듭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백일기도 입재 후에 매일 정해진 시간에 수행문을 읽고 108배와 명상과 나누기를 계속하자 생활습관에 조금씩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과식하는 횟수가 줄었고, 간식도 거의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술도 어지간해서는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날 술을 마시거나 과식이나 다른 이유로 불편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 아침기도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도를 건너뛰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나이가 들면 사고의 유연성이 낮아져서 아무리 열심히 수행해도 해탈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겐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몸은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돼야만 했습니다. 제가 느끼는 외로움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은 일찍이 알고 있었고, 백일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많이 극복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가끔은 외로운 느낌을 잊기 위해 피곤하고 아픈 눈을 비벼가면서까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그렇게 불필요한 행동을 계속하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차츰 제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리석은 행동을 멈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즈음 반성과 자책보다는, 현재 상태로도 훌륭하다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격려가 나쁜 습관을 고치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반성과 자책에도 불구하고 여태 악습들을 고치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과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서였던 것입니다.

나의 불편함을 지켜보기

수행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숱하게 뒤로 가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어느 날은 좀 앞으로 나가나 싶어 기분이 좋지만 실망스럽게도 곧바로 뒷걸음질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더 지나고 나면 결국 예전보다 성큼 나아진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수행은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자책과 외로움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없앴으며, 현재에 집중하는 버릇과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첫 백일기도가 끝나갈 무렵, 이미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평상시에 마음이 꽤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원인이 있겠지만, 당장에는 이유가 전혀 없는 그런 불편함이었습니다. 그런 불편한 느낌은 심호흡을 하면 금방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편해졌습니다. 얼마나 더 반복해야 완전히 편안한 상태가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월간정토>에 소개된 서암스님 대담기사를 보고 나서,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아침기도 외에 따로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 뿐만 아니라 명상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던 어린 시절의 결심은, 애 낳는데 크게 뜻이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그대로 이루어지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머니가 눈물까지 흘리시는 바람에, 결국 결혼 후 3년 만에 딸 하나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빠를 따라 즉문즉설을 듣기 시작한 딸은 작년에 <깨달음의장>에 다녀와서 완전히 변했습니다. 자신감이 늘었고 예전에 비하면 많이 행복해 보입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부모의 이혼이 가져온 역경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준 것이 고맙기도 합니다. 가끔 <깨달음의장> 경험을 나눌 수 없어서 답답하다면서 제게 빨리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라고 성화입니다.

아빠보다 먼저 <깨달음의장> 에 다녀온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딸▲ 아빠보다 먼저 <깨달음의장> 에 다녀온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딸

<깨달음의장>의 선배인 딸과 스트라스부르에서 행복한 순간 ▲ <깨달음의장>의 선배인 딸과 스트라스부르에서 행복한 순간

프랑스는 종종 불란서(佛蘭西)나 불국(佛國)으로 불립니다. 부처와는 상관없이 소리를 따온 말이지만, 제게는 프랑스가 불국이 의미하는 대로 ‘부처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1년을 살면서 남들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지도 않았고 골프나 포도주를 즐기지도 않았습니다. 과외로 열심히 한 일이라고는 정토회에 나가면서 아침기도를 한 것이 전부이고, 그것이 제가 평생 풀고 싶었던 숙제인 나쁜 습관들을 고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일에 파묻혀 지냈으면 적어도 은퇴할 때까지는 이런 길을 갈 수 없었을 테니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고 싶은 훌륭한 도반들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글_조준행 (파리법회)
담당_유영애 희망리포터 (런던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