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미소와 우아한 자태의 은정님▲ 고운미소와 우아한 자태의 은정님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요?

2012년 유방암이 와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답답하고, 갑갑하고,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고 자꾸 울고 싶었습니다. 산에 가다 울고, 운전하다 울고, 밥 먹다 울고…. 왼쪽 어깨 쪽에 마비가 올 정도로 울었습니다. 자는 남편을 깨워 우는 것을 봐달라면서 울었더니, 지친 남편은 “왜 그러니, 은정아! 왜 그래!” 하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이러다가 나도 죽고, 이 사람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딸의 책상 위에 있는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스님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이 처음에는 혜민 스님처럼 젊은 오빠인 줄 알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어, 괜찮네. 맞네. 맞아!'하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고, 거기에서 <깨달음의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깨달음의장>이 뭔가 궁금해서 바로 구미정토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불교대학 접수 기간이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래! <깨달음의장>만 다녀오면 된다. 그 이후는 그만 다니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정토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지독했다던 수행맛보기 이야기는?

남편은 담배와 술을 좋아합니다. 담배를 침대 옆 등 여기저기에 두는 것이었습니다. 퀴퀴한 담배냄새가 집안에 배어 있고 가루가 흩어졌습니다. 남편의 지저분한 생활이 너무나 화가 나서 이혼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수행맛보기의 주제가 '남편에게 참회하기'였습니다. 남편을 앉혀두고 하든지, 잠자는 곳에다 하든지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지 때문에 병이 났는데…. 병원을 한 번 태워줬어. 인터넷 검색해서 몸에 좋은 약초를 사줬어. 보험료 나오니까 지가 덕 봤지. 내가 번 돈을 지가 썼지. 뭘 잘했다고…. 그쪽을 보고 내가 어떻게 절을 해!' 너무너무 억울했습니다. ‘남편에게 참회합니다. 남편에게 미안합니다.’ 하고 절을 하는데 마음에서는 불뚝 불뚝… 그냥 엎드려서 엉엉 울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가 지은 인연의 과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날도 기도를 하면서 남편을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이것도 밉고, 저것도 밉고… 그 시간 남편은 회사에 일하러 나간 상태였습니다. 아차! 남편은 없는데 남편의 모습을 만들어 놓고 진짜인 양 미워하고 있구나. 미워하니까 괴로운 것이고, 괴로우니까 몸이 더 아픈 것이구나. 이것을 나 혼자 하고 있구나. 어머나! 내가 한 짓이네. 사무실에 있는 저 사람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수건이 흥건하게 젖고, 콧물도 질질 흘리면서 또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하는데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때가 생각나서인지 목소리가 떨리고 눈에 눈물이 고였답니다.) 새벽에 남편을 깨웠습니다. ‘왜 그래’ 하는 남편에게 ‘여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자기한테 정말 잘못했어. 나만 힘들고, 당신은 미움을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미워했거든, 그런데 그 미움이 내 미움이었어. 내 안에 있는 나의 미움이었어.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미움이었어.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그만하라는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남편은 퇴근만 하면 바로 집에 왔습니다. 무엇이든 저한테 말하려 하고… 제가 변해서 변한 것인지, 남편이 변해서 변한 것인지, 둘 다 변했는지… 그때 첫 기적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남편에게 바람은 있지만 여보의 ‘보’에 악센트가 가는 것이 아니라 다정하게 ‘여~보옹, 고마워요.’ 합니다. 남편은 제가 옛날에 화를 그렇게 잘 냈다고 합니다. 무서웠데요.

JTS거리모금 봉사도 열심히...맨 왼쪽이 고은정 님. ▲ JTS거리모금 봉사도 열심히...맨 왼쪽이 고은정 님.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불교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오히려 <깨달음의장>은 불교대학을 더 열심히 다니게 했습니다. 수업 내내 운 적도 있어서 도반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법문 하나하나가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법문이 생활에도 적용되어 어느 날부터 남편이 어질러 놓은 옷, 헝클어진 이불, 담배가 있어도 치우면 되고,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명상바리지를 자주 가신다는데 이유가 있는지요?

갔다 오면 조금씩 자라는 것 같습니다. 명상바라지를 갔다 오지 않았으면, 아직도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을 것 같습니다. 명상바라지에서 만나는 모든 분이 저의 거울입니다. 여기도 거울은 있지만, 그곳은 더욱 선명하게 저를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맑고 깨끗한 거울들이 있어서 많이 배웁니다.

명상바라지 중인 은정 님▲ 명상바라지 중인 은정 님

살림을 많이 버리신다고 들었습니다?!

집에 있는 많은 것들을 이웃에게 나눠줬습니다. 그 많은 책은 책장 두 칸에 넣을 것만 남기고 나누거나 버렸습니다. 냉장고도 거의 다 비웠고, 살림은 엘리베이터에 공지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그냥 주었습니다. 버리면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았습니다. 현재는 버리다가 잠시 쉬고 있는데, 계속 버리는 연습을 할 것입니다. 버리면서 또 배웁니다.

아파트 주민과 함께 나누거나 버린 책▲ 아파트 주민과 함께 나누거나 버린 책

정리한 냉장고▲ 정리한 냉장고

3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셨는지요?

3년 후 새벽 예불하는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법당의 아침을 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명상바리지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저에게 말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있다는 자체만으로 가르침을 주고, 보는 것 자체로 저를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향기를 주는 수행자가 되고 싶어 새벽예불을 하려 합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 온전하게 받아 준다는 느낌이 없었답니다. 늘 죽음을 생각하였고, 외로움과 싸웠습니다. 마음나누기를 통한 도반의 눈물이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그녀에게 정토회의 첫인상은 포근함이었습니다. 이제 정토회는 꿈꾸는 창문이랍니다. 은은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정성스레 기도하고 있습니다.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서는 것이 진리의 전부라는 말이 있듯 3년 후, 새벽예불이 고은정 님에게 관음 손길의 창문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_이상명 희망리포터(구미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박정미(대경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