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꽤 추워진 날씨에 겨울임을 실로 체감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윗지방에는 눈이 왔다는 소식도 들리던 오늘, 부산 금정구청에서 강연이 열렸습니다. 오늘이 부산에서는 올해의 마지막 강연입니다.

오늘 강연은 동래 행복학교에서 주관하고 부산지역 40여 명의 봉사자가 애써주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 봉사자들은 여는 모임을 가지며 강연장의 좌석 수가 적으니 혼잡하지 않게 잘 진행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꼼꼼하게 살피며 강연준비를 했습니다. 강연 시간이 다가오자 대강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부터 미리 접수를 하고 간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스님의 모습이 담긴 액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600여 명의 참석자가 모였습니다. 좌석이 부족하여 뒤에 서서 듣거나 통로에 임시좌석을 마련했습니다. 사람들로 빼곡하게 찬 강연장에서 스님은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추워진 겨울 날씨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부산이라 따뜻한 편이라는 말씀을 건넸습니다.

곧이어 대중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총 13명의 질문자 중에서 8명이 스님에게 질문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소통하지 않는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분,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불만을 해결하고 싶은 청년, 성격이 급한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남성분,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어떤 마음으로 기도하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지 묻는 여성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는 여학생, 의처증인 남편과의 이혼이 고민인 여성분, 이단 종교에 빠진 가족 때문에 걱정인 남성분, 영생을 얻는 길과 음모세력에 대비 해야 할 자세에 대해 질문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중 두 번째 청년의 질문을 소개합니다.

“최근 인터넷에서나 주변의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한국을 비하하거나 비판적인 시선을 접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그런 시선을 바꾸어보고자 노력을 해왔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가까운 중국의 고구려 역사 문화재들도 방문해보고, 인도와 대만 그리고 일본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런 경험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긍정적인 사고는 차츰 사라지고, 예전에 했던 부정적인 사고가 다시 올라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력하는 과정인데, 그게 쉽지 않아서 고민이 많이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하는 문제는 뭐예요? 대한민국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요?”

“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장점과 단점 둘 다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마음에 안 들어 해도 돼요. 그리고 나라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인도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고, 중국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고, 일본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이 사람을 봐도 장점과 단점이 있고, 저 사람을 봐도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그렇듯 대한민국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오늘 묻고 싶은 핵심이 뭐예요?”

“사회 경험을 하면서 불만들이 생겨나고, 또 이 불만들을 해결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것 때문에 고민이에요.”

“질문자 말처럼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불만이 생긴다는 것은 단점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장점도 있으니까 장점을 보려고 하면 불만이 조금 없어지겠죠.”

“네, 그렇습니다.” (청중 웃음)

“그래요, 아까 다른 질문자도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잖아요? 왜냐하면 지금 남편의 단점만 보고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뭘 하자는데 호응하지 않는다는 불만, 즉,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입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불만이 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아서 생깁니다. 남편도 내가 원하는대로 되면 좋은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에요.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게 여쭈어보면 그 분들은 옛날에 아주 가난하게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한 불만이 적은 편이에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OECD중 노인 빈곤률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합니다. 그러니 그 수치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층의 사회 불만이 가장 높아야 해요. 그런데 정작 그 분들의 사회 불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어릴 때 아주 가난하게 살았던 그 경험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사회 불만을 이야기하면 ‘나라 덕에 잘 사는 줄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당장 취직이 안 되니까 불만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자라면서 대부분 먹고 입고 자는데 큰 구애 없이 자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노인들의 기준에서는 옛날보다 지금이 나으니 불만이 적은 편이고, 젊은이들의 기준에서는 부모 밑에서 먹고 자고 살 때보다 지금이 못 하니까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불만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즉, 같은 조건을 두고서도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불만이 생기기도 안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불만이 이해는 되지만 그 불만이 객관에 기초한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나이 든 분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 역시도 객관적인 것에 기초한 것은 아닙니다. 불만은 모두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말했듯이 젊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진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주관이지 객관은 아니라는 말은 젊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진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나쁜 나라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젊은 세대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좋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나이 든 분들은 과거에 50을 경험했다가 지금은 100이 되니까 좋게 느끼는 것이고, 젊은 사람들은 자랄 때 200을 경험했다가 지금 100을 경험하니까 불안하고 나쁘게 느끼는 것이에요. 상황 자체는 같은데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리 느끼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고임금의 일자리를 많은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일자리들을 누가 빼앗은 걸까요? 바로 자동화된 기계들입니다. 인공지능 등 자동화된 기술들이 사람을 많이 대체했습니다. 기업에서도 인건비가 높으니까 가능하면 자동화해서 많은 일을 기계로 대체합니다.

대기업들도 연매출이 아무리 많이 늘어도 고용인원수는 점점 줄어갑니다. 자동화가 되니까 공장에서도 과거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많아지려면 중소기업이 성장되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성장 해야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중국, 베트남과 같이 낮은 인건비를 지불하는 곳으로 빠져나가는 추세입니다. 국내에 남아있는 기업들도 적은 월급을 주니까 젊은이들이 그런 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기업 운영이 어렵다고 말하고,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갈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 청년들이 택하지 않는 직업들을 현재는 동남아 사람들이 와서 일하고 있어요. 그렇게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백만 명이 넘습니다. 현재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모두 합하면 2백만 명이 된다고 해요.

한 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일자리를 갖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들도 더 싼 인건비를 찾아서 외국으로 나가니까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도 옛날에 대학교만 나오면 취직할 수 있을 때 만든 제도들을 개 선해야 합니다. 더이상 사회가 옛날과 같은 환경이 아니니까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을 해주어야 해요.

모두가 고임금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 한 달에 150만원을 벌고도 결혼해서 살 수 있도록 생활기반을 마련해주어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주택문제입니다.

그러니 7평, 10평정도 되는 작은 원룸 아파트는 월급의 10% 정도만 주고도 살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만든 공공임대주택을 대단위로 늘려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률이 전체 주택의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선진국은 이 비율이 70% 가까이 됩니다. 월급을 적게 받아도 그만큼 집세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지출되는 것은 사교육비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 이루어지는 공교육은 모두 무료로 하고, 사교육은 받지 않아도 되도록 교육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주변에 보면 가족들이 겨우 먹고 살아가는데도 아이들 사교육비로 100만원씩 지출하는 가계가 많습니다.

세 번째로는 의료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의료문제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이 세계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상위 10위에는 거뜬히 들어갈 만큼 잘 되어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그 중에도 사회가 변함에 따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더 있지만, 가령 미국과 비교하면 천국에 가까운 수준이에요. 미국에서는 몸이 아프면 아주 부유하지 않은 이상 치료를 잘 받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국민 건강 보험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합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보험료로 300만원 넘게 내기도 하고 돈을 못 버는 사람은 5만원을 내기도 하는데, 병원에 가면 얼마를 내는가에 상관없이 누구나 같은 진료를 받습니다. 보험료와 관계없이 같은 혜택을 받는 시스템인데,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입니다. 이는 캐나다나 북유럽같이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나라들에서나 볼 수 있는 시스템이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해결해주어야 하는 부분은 주택문제와 교육문제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고, 출산을 하지 않는 가장 큰이유도 이 주택문제와 교육문제 때문입니다.

현재의 사교육은 미래 사회에 크게 도움도 되지 않는 교육입니다. 지금과 같이 암기식으로 배우는 공부는 앞으로 미래 사회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을 기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다지 도움도 되지 않는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지난 5, 60년을 돌이켜보면 50년 전에 비해서는 훨씬 살기 좋아진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성장했고, 정치적으로도 독재 국가에서 민주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니 우선 지난 50년 동안 많이 좋아졌다는 점을 긍정해야 합니다. 그러한 긍정의 바탕 위에, ‘그럼 모든 것이 다 괜찮은가?’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좋아지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빈부 격차가 너무 커졌습니다. 그러니 이 빈부 격차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아까 이야기 한 공공 임대주택 늘리기, 사교육비 줄이는 교육 제도 만들기는 모두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에 들어갑니다. 그런 제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커다란 불평등을 해결 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그래도 사회 곳곳에서는 갑질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즉,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불만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도 ‘그래도 살기 좋아졌다’는 긍정 위에 만드는 건설적인 비판이어야 합니다. 긍정 위의 비판은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부정위의 비판은 파괴로 나아갈 공산이 큽니다. 긍정 위의 비판은 개선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부정 위의 비판은 없애야 한다는 입장으로 흐르기가 쉬워요. 반면, 긍정 위에 비판이 없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발전이 없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괜찮은 나라라는 긍정 위에, 그래도 이러저러한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는 비판의식이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요.”

“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긴장했던 질문자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얼굴에는 미소가 보였습니다. 대중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간관계상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한 나머지 질문자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스님은 ‘대화라고 하는 것은 사물의 단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모든 입장에서, 모든 면을 보자는 것이며 이것이 곧 통찰력이고 지혜‘라는 이야기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은 “지혜롭고 현명하게 말씀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공감 가는 이야기도 많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이 많았다”, “사물의 모든 면을 보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불만을 해결하고 싶다는 질문자는 “혼자서만 생각하면 고민이 속앓이밖에 안 되는데 대중들 앞에서 이야기함으로써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말하는 순간 고민이 해결되는 것 같아서 이런 강연에 자주 오고 싶다”는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강연장 밖 로비에서는 스님의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며 미소를 건넸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강연을 주관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 두툼한 겨울 외투를 입었지만 얼굴에는 시원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오늘 강연을 함께한 서면정토회 희망리포터 방현주입니다. 현장에서 함께하며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만이 아닌 객석 전체와의 대화 혹은 저 자신과도 대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질문해주셔서, 답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행복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저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부디 지혜는 겨울눈처럼 소복하게 쌓이고, 괴로움은 봄눈 녹듯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방현주
사진
김사문
녹취_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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