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시 30분 기상하여 숙소에서 개인별로 새벽예불과 아침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오전 8시 15분행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5시 40분에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제 저녁 도시락으로 준비해 준 음식으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공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공항에 배웅 나온 열린법회 담당자들께 스님은 고생 많았다고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싱가폴은 어제 강연 후 불교대학에 6명이 접수하고 수행법회에 8명이 오겠다고 해서 법회담당자와 이번 강연준비팀이 신이 났습니다.

비행기가 갑작스런 폭우로 연착되어 늦게 출발했지만 자카르타에는 예정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였습니다. 1시간 시차로 인하여 자카르타에 도착하니 9시 45분 정도가 되었습니다. 자카르타는 입국수속이 아주 간편하였습니다. 드디어 2시간 비행으로 적도를 가로질러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들어왔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는 적도 바로 아래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항에는 자카르타 열린법회 담당자인 김지영님 부부와 회원들이 스님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이른 점심 겸해서 식사하러 한국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식당에 반가운 분이 와 있었습니다. 스님의 조카부부가 자카르타로 1년 반 전에 파견나와 있다고 하면서 스님께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자카르타 열린법회는 2014년 세계 115회 강연을 계기로 작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네 분이 주축이 되어 모임과 강연을 탄탄하게 이끌어 오고 있어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법회담당자인 김지영님부부, 스님 조카인 박정현님부부, 그리고 이인옥님부부, 서영태님부부가 똘똘 뭉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인옥보살님은 작년에 인도성지순례도 다녀오고 아들, 딸이 모두 백일출가를 했다고 합니다. 이 곳 자카르타에 오심을 더 기뻐하고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열린법회 4가족분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카르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후 강연장소와 바로 인접한 숙소로 이동하여 강연전까지 휴식하기로 하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남북한 합친 면적의 11-12배 정도이며, 인구는 2억 5천만명이라고 합니다. 자카르타 메트로 인구는 2천만명정도이며, 한인 인구는 한 때 최대 10만명이었으나 97년 IMF이후로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5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에도 경기가 나빠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자카르타는 한 때 아시아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필리핀 마닐라가 한인 최대 진출도시입니다. 이번 호치민 방문을 해보니 호치민이 곧 1위 진출도시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고 자카르타 시민의 80% 이상이 무슬림신자입니다. 3시와 5시가 되니 기도소리가 크게 도시에 울려퍼집니다. 이 곳은 지하철이 없어 아침, 저녁으로 러시아워가 서울이나 도쿄보다도 심하며 일부 구간에서는 오전 9시, 오후 8시 이후까지도 교통 체증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니 도시를 뒤덮은 뿌연 스모그가 안개처럼 보입니다. 점심식사 후 숙소로 돌아갈 때 만난 교통체증도 아주 심하였습니다. 매연도 심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빨래도 하고 휴식하였습니다. 강연시간이 다되어 숙소와 붙어있는 강연장에 도착하자 자원봉사자들이 스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강연장은 롯데 애비뉴 4층 소강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노동자 최저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어 교통체증이 엄청 심하다고 봉사자들이 참가자가 적을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조금씩 자리가 다 차서 강연장에는 약 300여명이 참석하였고, 봉사자는 모두 15명이었습니다.

스님이 연단에 서자 참가자들은 큰박수로 자카르타를 방문한 스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스님은 지난 2014년 세계 115회 강연때 참석하신 분 손들어 보라고 하면서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하면 괴롭지 않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과제를 가지고 청중들과 대화하려고 한다면서, 문답을 하다보면 인생의 과제가 가벼워지니 한번 즉문즉설을 해보자고 하십니다.

오늘은 총 5명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어린 자녀에게 계속 짜증을 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분, 중2 자녀가 과잉행동장애가 있는데 자녀의 진로가 걱정된다는 분, 죽음은 벽인지 아니면 새로운 문인지 궁금하다는 분, 감정조절이 힘들어 교우관계가 문제라서 고민인 분등이 질문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7살, 3살,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남편은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아이들로 컸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 딸아이는 욕심이 엄청 많아서요. 자기는 꼭 1등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학원 같은 경우에도 저는 아이한테 ‘편하게 쉬면서 다니라’ 하는데도 아이는 ‘더 하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가 편안하게끔 ‘꼭 1등 안 해도 된다. 그냥 네가 편안하기만 하면 된다’ 라고 얘기하는데도 아이는 자꾸 ‘아니야. 나는 꼭 1등 해야 돼’ 라고 해요. 또 학원선생님도 아이가 또래보다 엄청 빠르다고 말씀하시고요. 벌써 구구단도 다 떼고 그랬거든요. 아이도 공부 욕심이 있고, 학원선생님도 아이가 빠르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엄마 마음에 욕심이 생기려고 합니다. 이 욕심을 누르고 조절을 해야 되겠는데 가끔은 조절이 안 되어서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질문자의 얘기가 좀 앞뒤가 안 맞네요. 아이 스스로 욕심이 있는데 엄마가 아이의 욕심을 자제시켜줘야 되느냐, 아니면 엄마가 아이 욕심을 뒷받침해줘야 되느냐고 질문을 해야 되는데, 질문자는 처음에는 아이가 욕심을 부리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더니 나중에는 자기도 욕심이 난다고 하고 있네요.” (모두 웃음)

“아이를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으면 좋은데, 아이가 욕심을 내니까 부모도 같이 욕심이 생기네요. 갈팡질팡하고 있어요.”

“엄마가 갈팡질팡하니까 아이도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가 갈팡질팡 하더라도 엄마는 갈팡질팡 안 해야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지죠.”

“아이가 자꾸 1등에만 집착을 하는 것이 문제긴 문제예요.”

“엄마가 1등에 집착해서 아이한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1등 하고 싶어서 ‘1등 하겠다’ 그러면 내버려두면 돼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남을 때리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괴롭히는 것은 안 된다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공부 열심히 해서 1등 하고 싶다는 건 남을 해치는 일에 속하는 게 아니에요.”

“딸아이는 감수성도 풍부하고 약간 소심한 면도 있어서 만약 자기 생각대로 안 되면 굉장히 힘들어 할 거예요. 저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고, 상처받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스스로 하다가 스스로 상처받는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예? 그런가요? 괜찮을까요?”

“괜찮다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것은 질문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아이가 공부 못 한다고 구박해서 아이가 상처받으면 그건 엄마가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에 속하지만 아이 스스로 욕심을 내서 하다가 상처를 입으면 그건 엄마가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니잖아요. 엄마와 관계있는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완벽주의인 것 같아 걱정이 되어서요. 저는 그게 싫거든요.”

“자기가 싫어도 아이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모두 웃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좋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죠?”

“좋게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사실대로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이건 좋은 것이다’, ‘이건 나쁜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지 말고 ‘이 아이는 어떤 일을 할 때 지나치게 집착을 하는구나’ 하고 엄마가 알고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다가 엄마까지 ‘더 해라’ 그러면, 안 그래도 아이가 약간 욕심을 내는데 엄마까지도 욕심을 내면 아이는 지치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욕심을 내서 하는 건 괜찮아요?”

“괜찮은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다는 거예요. 거기에 더해서 엄마까지 욕심을 내지는 말아야 된다는 겁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가끔 아이의 욕심을 자제시켜주는 역할을 해 주면 좋습니다. 아이한테 가끔은 ‘꼭 1등 안 해도 된다’ 라고 말해 주세요. ‘너는 꼭 1등 해야 돼!’ 이렇게 얘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등수는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전국에서 1등하는 아이만 30명 모아놓아도 꼴찌가 나오고, 꼴찌 하는 아이 30명 모아놓아도 1등이 나오기 때문에 1등 한다고 해서 공부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엄마가 가끔 아이한테 이렇게 말해주세요.

‘네가 최선을 다하되 1등이든 2등이든 이런 상대적 평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너가 아무리 잘 해도 너보다 잘하는 애가 있으면 너는 2등이 되는 것이고, 너가 대충 해도 너보다 잘하는 아이가 없으면 너가 1등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등수라는 게 꼭 너의 노력 하나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너가 최선을 다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결과가 1등이냐 2등이냐를 두고 너무 안달하는 건 좋지 않다. 세상은 너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니 결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어.’

이렇게 아이의 욕심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면 좋지요. 엄마가 ‘1등 할 필요도 없어!’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고, ‘꼭 1등을 해야 돼!’ 이렇게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거예요.”

“제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스님의 ‘엄마수업’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열심히 아이를 키워보려고 했는데,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심리조절이 어려워요.”

“엄마가 심리조절이 안 되면 나중에 아이도 심리가 좀 불안해지는 거죠. 제가 말씀드리는 건,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에요. 내가 아이를 키울 때 심리조절이 잘 안 되면 우리 아이도 나중에 심리조절이 잘 안 된다는 걸 알라는 거예요. 나중에 아이가 크면서 심리불안이 있거나 조절이 안 될 때 아이를 나무라지 말고 ‘아이고, 얘가 나를 닮았구나.’ 이렇게 아시면 돼요. 엄마가 죄를 지은 건 아니에요. 엄마도 불안하고 싶어서 불안한 게 아니고 저절로 불안해지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다만 그런 이치를 알라는 거예요. 돈을 빌렸으면 나중에 갚을 생각을 하라는 거예요. 갚기 싫다면 다음부터는 빌리지 말라는 거예요. 엄마가 심리불안이 있지만 아이한테 전이를 안 시키고 싶으면 치료를 받는 게 좋고, 치료가 반밖에 안 되면 반만 전이시키게 되는 거고, 치료를 안 하면 아이한테 그대로 전이가 되는 것을 알면 됩니다. 죄의식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결과를 예측하라는 겁니다.

우리가 주식을 살 때는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투자하지만 항상 잃을 확률도 있는 거잖아요. 딸 확률도 있지만 잃을 확률도 있기 때문에 잃을 것까지 예측해서 투자를 하면 첫째, 빚을 내어서 과하게 투자하지 않게 되지요. 빚을 내어서 투자하는 건 돈을 벌 생각만 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요. 잃을 확률까지 고려해서 투자한다면 과잉투자를 하지 않게 되지요. 둘째, 잃었을 때 그것을 감수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돈 벌 생각만 하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과잉투자를 하게 되고, 잃었을 경우에는 술 마시고 한탄하면서 자기 인생을 파괴하거든요.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이익을 보느냐?’ 고 물으면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하는 그 일은 이익 볼 확률만큼이나 실패할 확률이 있으니까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임해라’ 입니다.

저는 ‘어떻게 살라’ 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 음식이 있는데 아주 냄새도 좋고, 빛깔도 좋아서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면 저는 ‘거기 쥐약 들었다’ 이렇게 얘기만 해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이 저한테 묻겠지요. ‘스님, 그럼 저 음식을 먹어야 돼요? 안 먹어야 돼요?’ 그러면 제가 뭐라고 해야 돼요? 저는 ‘너 알아서 해라’ 라고 합니다.(모두 웃음) 먹고 죽든지, 죽기 싫으면 안 먹든지 너가 결정하라는 겁니다. 먹어야 되느냐, 안 먹어야 되느냐 하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꾸 저한테 ‘먹어야 돼요? 안 먹어야 돼요?’ 라고 묻는단 말이에요. 자기 인생이니까 각자 알아서 하세요. 저는 다만 여러분이 ‘먹겠습니다’ 할 때 ‘거기 쥐약 들었다’ 라고 사실을 알려줄 뿐이에요. 그 사실을 몰라서 살려고 먹었는데 죽게 됐다면 그 사람의 행위는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예측을 잘못해서 자신의 예측과 다른 결과를 만나게 되자 괴로운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거기에는 이런 위험이 있다’ 라고 사실만 말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든지, 아니면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하고 싶어도 안 하든지 하겠지요.

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알려줄 뿐이에요. 문제의 결과를 예측해서 각자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건데, 여러분들은 자꾸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고 결정해주기를 바래요. 제가 무엇 때문에 남의 인생에 간섭을 하겠어요? (모두 웃음)

엄마가 짜증을 내면 나중에 그 과보를 아이한테 받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매일 술 먹고 주정을 했다면 여러분들의 심리에 나쁜 영향을 주지요. 그럼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할 순 없어요. 그 아버지를 불러서 물어보면 또 그 나이에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었다고 할 거예요. 그러나 자녀를 안 낳았으면 몰라도, 자녀를 낳아서 키우게 되면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되는데, 그분은 나쁜 영향을 줬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아이가 짜증낸다고 엄마도 덩달아 짜증을 낸다면 그건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 밥은 좋은 걸 주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주었으니까요.

아이가 1등 하고 싶어 하는 건 아이의 일이고,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심리적 안정뿐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아이의 일이지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엄마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공부할 때 ‘열심히 공부해라’ 라고 하기보다는 ‘쉬엄, 쉬엄해라’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쉬엄 쉬엄 하라고 했는데도 계속 공부를 하면 강제라도 쉬게 해야 됩니까?’ 라고 묻는데,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아이가 어리다 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일에 대한 과보는 자기가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저한테 ‘내버려둬도 좋으냐?’ 이렇게 물으면 안 됩니다. 아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 결과도 스스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다만 엄마는 아이가 그 과보를 덜 받도록 약간 완화를 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문답을 듣고 다른 엄마들은 ‘당신은 행복한 엄마다’ 그럴 거예요.(모두 웃음)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고 걱정하는 게 엄마들의 일인데, 질문자는 아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걱정이라고 하니까요. 이래도 걱정이고, 저래도 걱정이지요.”

스님 강연을 마치기 직전에 한 초등학생이 스님의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스님은 어떻게 유명해지셨는지 질문해서 청중들이 한바탕 웃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오늘 질문의 내용이 정신적인 작용에 관한 것이 많다 보니 대화보다는 스님이 설명이 많았던 강연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정신작용은 종교가 아닙니다. 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느냐를 살펴보면 거기에는 물리적 법칙이 있고, 화학적 법칙이 있듯이 정신작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이성적 작용과 심리적 작용은 서로 다릅니다. 심리적 작용은 우리가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이성적 작용은 주로 ‘생각’이라고 표현하지요. 그래서 ‘생각이 많다’는 말은 하지만 ‘마음이 많다’는 말은 안 쓰고, 또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하지만 ‘생각이 아프다’는 말은 안 쓰잖아요. 두 가지가 다 정신작용이지만 마음의 작용은 주로 감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생각의 작용은 주로 지식에 바탕을 두고 이성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정신작용에는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식과 무의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아는 것을 ‘의식이 있다’, ‘의식이 없다’ 라고 말하잖아요.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건 의식인데, 생각은 주로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고, 감정이나 마음은 주로 무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생각은 내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감정은 무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조절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화를 팍 내놓고 하는 말이‘나도 모르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했다’, ‘습관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성적으로 결심과 각오를 해서 이걸 조절하려고 하면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라고 하는 거예요. 감정적인 문제는 무의식 세계의 변화를 일으켜야만 해결이 되거든요. 무의식의 변화는 지속적 암시를 통해 가능합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오래 하면 습관이 되듯이 ‘습관을 들여야 된다’ 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치를 아는 것은 지식에 들어갑니다. 법문을 듣고 아는 것만으로는 여러분 삶의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불교 교리를 많이 안다고 해서 삶에 평화가 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불교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마음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여러분들이 더 편안해지는 삶의 변화가 오게 됩니다. 이걸 수행이라고 합니다. 수행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듯이 교리를 많이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수행을 하려면 첫째,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정신작용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둘째,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꾸준히 해야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100일을 정진하면 내 꼬라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성질이 급하면 ‘급하다’, 내가 화가 나면 ‘화가 난다’, 이런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1000일, 즉 3년을 정진하면 까르마가 변합니다. 마음이 편해져서 사람이 변하는 거예요. 3년 정도 하면 옆 사람이 보고 ‘저 사람이 좀 변했네. 고집이 좀 덜 하네’ 할 정도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고쳐지는 게 아니라 나쁜 습관이 조금 줄어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는 승려가 되려면 3년 머슴살이를 하면서 자기변화가 올 정도의 시간을 갖도록 했고, 그런 변화가 오면 수행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안 되면 ‘세속 인연이 많으니까 집에 가서 살아라’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수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꼭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야 수행자가 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이치가 보편화 됐거든요. 여러분들도 종교가 다르지만 지금 이런 강연을 들을 수가 있잖아요. 옛날에는 머리를 깎고 3년 머슴살이를 해야 이런 법문을 한 마디 해 주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지식이나 문명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도 이런 이치를 공부할 수 있고, 가르침을 따라서 꾸준히 실천하면 자기 삶의 변화도 일어나게 됩니다. 삶의 변화라는 건 괴로움이 줄어들고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들은 항상 주변의 눈치를 보고 속박 받잖아요. 수행을 하면 그런 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금 몸이 감옥에 갇혀있는 게 아니고 정신이 감옥에 갇혀있어요.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괴로워하는 거예요. 이 중에 어떤 사람은 어릴 때 받은 상처 속에 아직도 갇혀서 7살짜리 어린 아이의 심리상태로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춘기 때 충격 받은 일에 갇혀있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러면 화장을 안 해도 돼요. 속이 썩었는데 화장을 아무리 덕지덕지 발라봐야 하루 지나면 또 칠해야 되고, 하루 지나면 또 칠해야 되잖아요. 녹슨 물건에 페인트 칠해 놓은 것처럼 매년 봄만 되면 새로 칠해야 됩니다. 그러니 화려한 옷을 안 입어도, 화장을 안 해도 밝고 환해지는 그런 공부를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 스님께서 오늘 특별한 게스트가 왔다고 하면서 김제동님을 소개하였습니다. 김제동님은 잠깐 시간을 내어 하노이, 호치민, 싱가폴 강연에 이어 오늘 자카르타까지 스님과 동행하여 깜짝 출연을 하였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많은 분들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며 멀리 자카르타를 찾은 김제동님은 환영하였습니다. 김제동님은 약 1시간정도 청중들과 호흡하며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의 책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베트남과 싱가폴에 이어 스님의 책이 다 판매되었습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중에 한 부부가 스님께 사인을 받고 인도지원에 사용하시라며 후원금을 드려 스님은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강연과 사인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스님은 강연봉사자들과 단체로 사진촬영을 하였습니다.

사진촬영 후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김제동님도 이번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쵤영을 하였습니다.

이어 강연총괄인 김지영님, 그리고 열린법회 멤버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아시아 마지막 강연인 자카르타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스님은 먼저 숙소로 가시고 묘덕법사님과 정은지 지구장은 봉사자들과 나누기를 한 뒤 숙소로 복귀하였습니다. 숙소에서 내일 일정을 공유하고 휴식했습니다. 내일은 10시 25분 오세아니아 퍼쓰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7시 20분에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마지막인 자카르타 강연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석유수출기구인 OPEC에 가입한 나라이며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인 인도네시아를 뒤로 하고 내일은 호주 퍼쓰에서 만나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이준길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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